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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건설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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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08 05:00:10   폰트크기 변경      
‘다관절 로봇’, 드릴링.페인트칠 현장 첫 투입
   
 FBR의 건축 로봇 ‘Hadrian X’가 벽돌을 쌓고 있다.(FBR 화면 캡쳐) 



# 호주의 로봇 기업 FBR(Fastbrick Robotics)는 최근 자사의 건축 로봇 ‘하드리안(Hadrian) X’가 시간당 200개 이상 벽돌을 쌓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강력한 기계 팔로 일반 벽돌보다 12배 큰 벽돌을 써서 사람보다 20배 빨리 벽을 쌓는다. 하드리안의 28m짜리 거대한 팔은 무거운 벽돌을 옮기는 것 외에도 진동을 감지하고 벽돌 위치가 어긋나지 않게 수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전자동 로봇으로 방 3개, 욕실 2개짜리 단독주택을 사흘 만에 지었다.

건설현장에 자동화 기계를 활용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문화를 확산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건설 로봇의 도입 시기도 한층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벽돌 쌓기, 페인트칠 등 건설현장의 로봇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수년 내에 복잡하고 힘든 고난도 공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드릴링, 페인트칠 로봇 현장 투입

현대건설은 올해 하반기 중 다관절 산업용 로봇을 국내 건설현장에 처음으로 시범 적용키로 했다. 건설 숙련공이 하던 업무 패턴을 프로그래밍해 드릴링, 페인트칠 등 단일 작업현장에 투입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로봇은 24시간 작업이 가능하고 고위험 공정에 투입이 가능해 공사기간 단축과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숙련공 부족에 따른 건설 생산성 하락의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로봇의 활용 범위를 2022년부터 용접, 자재정리 등 보다 정밀한 작업분야로 넓힌 뒤 2026년까지 건설현장 작업의 약 20%를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드론(무인 비행기)은 가장 보편화된 건설 로봇이다. 산업조사업체 블루리서치가 미국의 연매출 5000만달러 이상 기업 1736곳을 임의 추출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12%가 드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건설분야 기업은 드론 활용률이 35%로 전 산업 중 가장 높았다. 국내 대형 건설회사 중 드론 활용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는 대우건설이 꼽힌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드론 전문가를 사내에 배치에 현장에 드론 측량 서비스를 제공했고, 2018년에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비행기(V-TOL)를 도입해 공간의 한계를 깼다. 최대 256개 건설현장을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드론 관제시스템(DW-CDS)’도 갖췄다. 올해 3월에는 드론 제조ㆍ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아스트로엑스(AstroX)’에 전체 지분의 30%를 투자하며 입지를 굳혔다.

굴착기, 블도저 등 기존 건설 중장비에 머신 컨트롤(MC) 기능을 탑재해 로봇화하는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머신 컨트롤 기술은 건설장비에 각종 센서와 디지털 제어기기 등을 탑재해 측량사 등 외부인력의 도움 없이도 이미 입력된 데이터에 기반해 정밀하게 굴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에 드론과 인공지능(AI), 중앙관제시스템이 결합하면 무인ㆍ자동화도 가능하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이 머신 컨트롤 기술을 공사 현장에 도입해 시공 오류로 인한 공사 재작업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건설기계 제작사인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외에도 토공사 전문공사업체에서 건설장비 자동화시스템 회사로 변신 중인 영신디엔씨와 같은 전문업체가 국내 머신 컨트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다관절 산업용 로봇(사진제공=현대건설)



◇미국, 일본 등 건설 로봇 시장 선도

글로벌 건설시장은 로봇 도입에 훨씬 적극적이다. 1980년대부터 건설 자동화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2016년 국토교통성의 스마트 건설정책(i-Construction)을 계기로 새 동력을 얻었다. 다이세이 건설은 현장 청소로봇(Cleaner), 반자율 콘크리트 피니셔(Slab Finisher), 자동철근 결속 로봇(Rebar) 등 건설 로봇인 ‘T-iROBO’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오바야시 건설은 자동 자재운송 로봇(AGV), 다이와하우스공업은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 등을 상용화했다. 철골용접 로봇의 경우 가지마건설은 건물 현장에 10대를 투입해 기둥 10개소, 보 585개소의 용접을 수행했다.

미국 뉴욕의 컨스트럭션 로보틱스(Construction Robotics)는 지난 3년간 3개국 165개 건설현장에 벽돌 건축 로봇인 샘(SAM)과 뮬(MULE)을 투입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건설장비 자동화 스타트업 빌트 로보틱스(Built Robotics)는 불도저 등 건설중장비용 자율유도 시스템인 ‘브레인’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총 12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망분야의 로봇기술 개발과 보급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력 지원분야에 건설은 빠져 있다. 건설 로봇 확산을 위해선 기술과 가격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 로봇이 작업 속도가 인력시공과 비교해 유사하거나 느리다. 24시간 가동하면 생산성이 높아지지만 이를 위해선 로봇 조작인력 배치와 배터리 충전, 부자재 공급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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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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